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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능이 또는 근교원교: 중형국가의 국제관계

Youwon-neungyi(柔遠能邇): A Model for the International Relationship of Middle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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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원식
소속 및 직함 인하대학교
발행기관 국학연구원
학술지 동방학지
권호사항 207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83-99
발행 시기 2024년
키워드 #남북   #동아시아   #중형국가   #유원능이   #근교원교   #최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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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동방학지』 수상자 특집에 수록할 새 원고를 준비하지 못해, 양해를 얻어 출판되지 않은 발제를 마침 찾았다. 2018년 9월 13일 프레스센터에서 ‘남북 북미 화해 시대의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라는 제목의 『프레시안』 창간 17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린 바, 나는 「남북연합과 동아시아공동체」라는 제목의 발제로 참여했다. 이때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2018.4.27)에 이어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2018.6.12)의 성공으로, 오랜만에 한반도에 평화가 물결치던 문재인정부(2017~22) 초였다.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2019.2.27~28)의 결렬 이후 남북 및 동아시아가 함께 위기에 함몰한 것은 우리가 이미 목격했거니와, 지금 그때의 문건을 다시 꺼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남북 화해에 기초한 동아시아의 평화는 굴곡이야 없지 않겠지만 결국 대세다. 윤석열 정부도 마냥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만 할 수 없을 것인데, 약간의 징조들이 보인다. 4년 5개월 만에 한일중 정상회의(2024.5.26~27)가 서울에서 열린 데 이어 개최된 한중 외교안보 대화(6.18) 역시 예사롭지 않다. 북일이 몽골에서 비밀접촉을 가졌다는 보도(『중앙일보』, 6.12)도 흥미롭다. 푸틴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일정(6.20)도 러시아의 남진을 실감케 한 바, 동아시아 판 전체가 움직이는 이 미묘한 때 도래할 공존의 미래를 위한 한 점검으로서 이 묵은 글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도 아주 의의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 발제는 다른 의미로도 내게 중요하다. 1993년 봄 동아시아론을 제기한 이래, 소국주의를 재평가하면서 대국과 소국을 매개하는 중형국가로서 한국의 위치를 조정하는 중간 결산(「대국과 소국의 상호진화」, 『창작과비평』, 2009 봄)에 이른 바, 중형국가에 걸맞은 국제관계의 모형을 제기한 것이 바로 이 발제다. 대국주의적 부국강병론에 입각한, 악명 높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을 여하히 해체할까? 다시 생각하면 일제도 이를 충실히 답습했다. 이웃 조선과 중국을 침공할 때는 원교근공이라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으로 확전할 때는 근교원공(近交遠攻)이었다. 물론 후자에서 ‘근교’는 말만 ‘근교’지 동남아 각국을 서양으로부터 탈취하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으매 실은 ‘근공원공’(近攻遠攻)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근교원공이든 원교근공이든 이들은 다 패도시대의 부정적 유산이다. 패도를 넘어 평화체제의 빗장을 여는 남북연합운동 또는 동아시아공동체운동은 두 책략의 무덤으로 되어 마땅하다. 󰡔서경(書經)󰡕을 읽던 중 유원능이(柔遠能邇)를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유원능이’란 “먼 나라를 유(柔)하고 가까운 나라를 능(能)한다”는 것이매,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으로 질주한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원교근공에 반대하는 유원능이가 평천하(平天下)의 원리로 제출된 점에 주목하자. 유원능이는 ‘교(交)’가 어디까지나 ‘공(攻)’에 종속한 원교근공과 근교원공을 여의고 ‘교’가 그대로 ‘교’가 되는 근교원교(近交遠交)일 것인데, 지금 이곳의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동아시아적이면서 세계적 호소력을 행사할 사상과 감성”으로 다듬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을 터이다. 이에 논문의 제목을 ‘유원능이 또는 근교원교: 중형국가의 국제관계’로 바꾸고, 전체적으로 퇴고하여 『동방학지』의 영예를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함을 널리 혜량해주시기 바란다.
목차
1. 서
2. 러시아 월드컵에 동아시아는 없다
3. 남북미와 동아시아
4. 다른 동아시아
5. 유원능이의 동아시아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