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 두 번째 소주제인 ‘북한의 서예시원 및 주체서예 성장·정립과정’에 대한 고찰이다. 서예시원에 대하여 북한은 일반적인 관점과는 다르게 한국서예를 정립하고 아울러 또 다른 ‘주체서예’라는 별종의 서예개념을 창출하였다. 이번 연구과제 중 서예의 시원과 관련된 내용은 어느 분야보다 남북한 간 괴리가 큰 부분이다. 이번 연구는 사실관계의 옳고 그름의 문제 이전에 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파악;그 실상을 정확히 도출하는 데 있다. 이것이 북한서예를 제대로 아는 지름길이고. 그 학술적 가치도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일부 비평을 가하면서 논리를 전개하였다. 북한은 한국서예와 주체서예의 시원을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정립하였다. 첫째;북한은 ‘한국서예 시원’이 고조선시기의 신지글자(가림토글자 포함)라고 하였다. 중국최초의 글자인 갑골문보다 1000여년 앞선 것으로 평양이 동양서예의 발원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자료와 출토유물 및 유적을 통하여 북한은 그 실존성을 증명해 내고자 하였다. 대표적 자료가『영변지』의 신지글자 16자와 이후『단군세기』에 수록된 가림토글자 38자가 한국서예 시원을 주장하는 기준이다. 그리고 신지글자체는 훈민정음체의 전범(典範)으로 조선민족서체가 고대시기에 시원을 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서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근거자료로 제시하고 있는『태백일사』,『단군세기』·『규원사화』등은 남한 학계에서는 위서시비가 있고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또 훈민정음체와 관련하여서도 남한에는 이에 대해 다양한 학설이 상존하고;1940년대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이후에는 한글창제 기원을 발음기관 상형설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남북간에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둘째;북한의 ‘주체서예 시원’과 관련하여 주체서예의 태동배경은 우리 고유의 민족서예가 역대 지배층의 사대주의적인 한자숭배와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의 상황 속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주체서예의 시원으로 김일성 5세 때 친필 <조선독립>으로 본다. <조선독립>이 나옴으로써 노동계급의 혁명적 서예발전에서 새로운 단계가 펼쳐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시기의 서예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주체적이며 혁명적인 서예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항일혁명투쟁시기 때의 서예형상이 주체서예의 전통이고 원전이라는 것이다. 셋째;주체서예의 발전과정으로 ①해방 후 김일성의 혁명투쟁과 건설사업의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 역할 ②김정일시대에 와서는 기념비서예를 창조하며 북한서예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오늘의 북한서예가 뿌리내리게 된 제도적·교육적 여건을 확고히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남북한 간의 서예문화 이질화가 더 깊어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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