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지속되고 있는 북한 사회에서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본 연구는 북한 시장의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비공식 송금제도인 ‘이관(移貫)’의 작동 패턴을 분석했다. 분석 틀로 Helmke와 Levisky(2004)의 이론을 활용한 ‘공식 송금제도(계획경제의 작동)와 비공식 송금제도(사적 재산의 축적)의 상호작용 유형’을 제안하고 실증 사례의 패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북한의 비공식 송금제도 이관은 세 가지 패턴으로 공식 송금제도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었다. 첫째, 상업은행의 기능이 미비한 북한에서 이관은 상인 간 반복된 거래를 통해 형성된 신뢰, 인맥 관계, 평판, 명성, 정(精), 상부상조 메커니즘 등을 통해 작동하며, 공식 송금제도를 ‘대체’하고 있다. 둘째, 이관의 작동은 북한에서 체신소가 수행하는 공식 송금제도를 ‘보완’하고 있으며, 최근 휴대전화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비공식 송금제도의 작동은 더 강화되고 있다. 셋째, 국영은행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전성카드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울림’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공식 송금제도를 발전시켰으며, 이는 편리성과 수수료의 측면에서 이관과 ‘경쟁’ 관계에 있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에 따라 공식 및 비공식제도가 4가지 유형으로 상호작용한다는 Helmke와 Levisky의 주장이 북한 사회에도 적용이 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본 연구는 비공식 송금제도 이관의 작동 메커니즘은 북한 시장이 제도적 기반의 미비하며 경제거래의 단위가 넓지 않고 폐쇄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활발히 작동할 수 있는지 그 원리를 보여준다. 끝으로 본 연구는 향후 북한에서 시장을 통한 사회변화가 기능하려면 비공식 송금제도를 포함한 사금융이 공식제도로서 지위와 권한을 획득해야 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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