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한 내각의 역할과 정체성이 확고해지면서 관료제적 특성, 특히 국가의 정책 달성보다 조직의 정체성과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조직이기주의’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2016∼2021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외무성, 국방성에서 발표한 대남 담화를 텍스트 마이닝 분석과 질적 분석을 통해 확인한다. 국방성의 경우 최고지도자의 대남 정책이 유화적으로 변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대남 공세 전략을 유지하였다. 외무성은 자신의 주요 정책 대상국인 미국에 대해 최고지도자의 정책 방향성이 유화적으로 변화하자, 그 기조에 맞춰 유화적 담화를 발표하였다. 조평통 역시 최고지도자의 유화적 대남 정책에 따라 대남 담화 기조를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보이나,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공세적 성격을 유지하였다. 이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유화적 담화가 증가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본 연구는 그 원인을 조평통의 내각 기구 재편과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하는 북한 내 단체들의 세력 약화에 따른 정치적 책임성 증가에 있다고 본다. 대남 정책의 실패는 조직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이 높은 정책이다. 따라서 당 외곽기구에서 내각 기구로 재편된 조평통은 정책 실패에 따른 조직의 생존 위협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북한 내 남북교류 추진 단체들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책임성을 분담할 단체들도 사라지게 되었다. 조직적 환경 변화로 정치적 책임성이 높아지면서 조평통은 대남 유화 정책을 소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북한의 내각 기구들이 정책 수행시 최고지도자의 정책적 목표 달성보다도 조직의 생존과 이익 보장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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