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과 소련의 해체, 남북한 경제 격차 심화와 식량난 등의 대내외적 요인들이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되자 북한 당국은 이념 무장을 강화하며 지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강화된 사상통제의 결과 북한의 90년대 문화 영역이 80년대에 보여주었던 다양성과 긍정적인 변화로부터 후퇴하여 당 정책에 지배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90년대 북한의 문화 영역이 보수적으로 회귀하는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면 이 영역에 나타난 지배담론과 마찰하는 개인적 욕망의 흔적을 놓칠 우려가 있다. 본 논문에서는 특별히 90년대 초반 북한 영화에 나타난 연애와 사랑의 재현 양상을 통해 그러한 흔적을 포착하고자 한다. 먼저 1992년 김정일의 이름으로 출판된 주체문학론에서 제기하는 “수령을 향한 신념화된 량심화된 도덕화된 생활화된 충실성” 이라는 전형화의 원리를 당시 북한 이데올로기적 기제의 핵심으로 보고 논의하고 주체문예이론과 북한영화의 관계를 간략히 살펴본 후 이데올로기적 기제가 생산하는 선전 메시지에 균열을 내고 있는 연애와 사랑의 이미지들을 <도시처녀 시집와요>(1993)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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