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남북한의 통일 혹은 통합이 새로운 체제를 고안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 주체로서 자신들이 소속할 체제를 기획, 실험하고, 활성화하며 수정․보완을 거듭하는 ‘저작공동체’의 개념을 제안한다. 이 개념은 존 롤스의 정의론과 그로부터 확장된 국제 관계 이론의 도움을 받아 형성된 것이다. 저작공동체가 체제 저작의 주어로 자리 잡아야 하는 당위는 흔히 ‘국가’로 표기하는 국체(state)가 명멸을 거듭할 때, 그것들에 정당성을 주거나 빼앗는 정치적 주체이기 때문이다. 주권의 개념이 없거나, 군주제하에서 ‘백성’으로 불렸던 생활공동체는 스스로 체제를 저작한다는 자의식을 갖기 어려웠지만, 체제가 흔들릴 때 결사, 토론, 제안, 입법의 형태로 저작 활동을 전개했다. 통일, 정치사회, 혹은 교육의 영역에서 그러한 집단을 저작공동체로 개념화하지 않고 그 비중에 부합한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권의 변동을 동반하는 정치적 변화를 설명하기도, 현 체제의 수정․보완 혹은 새로운 체제를 저작하는 적극적 주권 행사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된다. 아울러, 이 연구는 그 자체로 자유주의적 합리성을 가진 저작공동체가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한반도 체제들의 현재 상태, 분단의 성격 인식과 양방 관계, 그것과 연관된 통합의 미래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해석과 지향을 다루는 것으로 저작공동체의 유효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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