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49년-1954년 사이의 중국 부련의 잡지에 나타난 북한 관련 기사의 주된 내용과 시기에 따른 특징을 서술했다. 부련의 잡지이기 때문에 북한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기사보다는 북한 여성들에 대한 기록, 여성 인물 소개 등이 많다. 그리고 여기에 나타난 여성 인물들은 대부분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특징이 보인다. 즉 과거의 족쇄를 내던지고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고, 사회에서 노동하고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며, 남성중심적 사고에 도전하며, 전쟁과 혁명을 위해 투쟁하고, 어떠한 고난에도 남성 못지않게 용감하고 굳건하게 싸우는 영웅들이 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들이 겪은 잔인하고 참혹한 경험은 오직 글로만 적히고 사진 등의 이미지에는 밝은 모습만이 보인다. 시기에 따른 변화를 보면 중국에서 ‘항미원조’ 운동이 벌어진 시기인 1950년 10월 전후로 하여 북한에 대한 서술은 변화를 보인다. 1950년 10월 이전의 북한에 대한 서술이나, 양국 여성 교류의 장면에서는 신생 사회주의 국가들의 민주화, 여성과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평등 등에 대한 서술이 보인다. 그러나 항미원조 이후에는 북한 여성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나 ‘해방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서술하기보다는, 북한 혹은 한반도의 전선을 투철한 자기희생과 애국심을 가진 여성영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현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것으로 양국 인민, 혹은 양국 여성은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1953년 후반부터 전쟁 경험을 한 중국과 북한의 여성들이 만나는 자리가 생겨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마치 가족과 같이 친밀한 것으로 그려졌다. 다만 이러한 연대감은 ‘반제국주의’, ‘민족독립’ 이외의 사회주의적 여성해방의 전망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민족주의적 목표가 최우선시되던 시대적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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