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북시인 김상훈의 시집 『통일을 불러』의 문학사적 가치와 서정적 의미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 이 시집은 시인의 사후에 그의 미망인과 북한문단에서 함께 묶어낸 것이다. 시집의 주요 이념과 편집 방침은 김일성이 주창하고 김정일이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주체문예’를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북한 사회를 미증유의 혼란과 고통으로 내몰았던 김정일 시대의 ‘고난의 행군’의 극복, 그 아들 김정은이 수행 중인 김일성의 ‘유훈통치’와 김정일의 ‘선군사상’에 대한 숭고화 및 의례화(儀禮化) 과정도 치밀하게 담아냈다. 연구자는 이 과정에 보이는 『통일을 불러』의 지나친 이념성과 전체주의적 성격을 밝히기 위해 『극장국가 북한』(권헌익·정병호)에서 활용된 ‘극장국가’라는 개념을 빌려 왔다. 또한 그것의 토대와 구조를 이루는 ‘총의 힘’, ‘사랑의 힘’, ‘공존의 윤리’라는 세 가지 틀도 활용했다. 그리고 그 셋을 각각 ‘수령’, ‘어머니’, ‘인민’에 대응시켰다. 사실 『통일을 불러』는 해방기–1987년 사이에 창작된 시를 골라 실었다. 그러므로 시간의 추이에 따라, 또 북한 체제의 변화에 따라 ‘수령’과 ‘어머니’, 그리고 ‘인민’의 이념과 내용이 계속 변화되는 것이 당연한 진실이었다. 그러나 김일성 일가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북한문학의 지도 원리로 부상한 ‘주체문예’를 사회주의 이념과 항일혁명의 전통, 그리고 ‘주체조국’의 숭고화 및 미학화의 방법으로 삼았다. 비록 시인의 미망인과 북한문단이 편집과 출간에 깊이 관여했지만, 『통일을 불러』는 서문과 편집후기, 그리고 1부의 시편들에서 김씨 3대 세습체제가 꾸며낸 ‘극장국가’의 이념과 형식, 틀과 담론을 충실히 따랐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통일문학사에서 남북한이 김상훈의 시를 함께 읽고 토론하려면 무엇보다 수령 중심의 ‘총의 힘’을 최대한 배제하는 작업이 긴요할 듯싶다. 이와 동시에 전 인민의 행복을 위해 노래되고 바쳐진 ‘어머니’와 ‘공존의 윤리’에 관련된 시들을 가려 뽑는 작업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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