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북한이 과거 봉건왕조의 유교적 관습과 사상적 잔재를 극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교적 영향력이 체제의 숨겨진 작동 기제로 기능하고 있음을 밝혔다. 북한에서 유교는 단순한 관념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민의 정신과 몸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 즉 문화적 관습으로 기능하는 존재론적 특성이 발견된다. 북한 정권 초기 사회주의 체제로의 질적 전환은 전통사회의 유교적 가치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상숭배, 남녀위계 등의 전통이 효와 가부장권을 중심으로 개별가정의 가치체계 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1950-60년대 혁명화 정책 추진과정에서 심지어 부모까지 고발해야 한다는 사상 무장이 강요되었지만 근본적 가부장 질서와 남녀차별의 문화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주체사상의 수령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유교의 충효사상과 접합하고 있으며, 북한의 사회주의 권력의 완성은 전통적 유교 이데올로기의 권위를 토대로 구축되어 있다. 유교를 비판하는 북한에서 실제로는 유교관습이 사회적 구심력의 하나로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는 현실은 한 번 구축된 의식과 행동의 ‘얼개’ 즉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사회문화적 구조는 아무리 치밀한 세뇌를 진행한다고 해도 그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해 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