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담(秋潭) 허연(許然, 1896~1949)은 전 생애 동안 독립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유고를 남겼는데 유가족은 2010년에 원고를 정리해서 시집『 박꽃』을 출간하였다. 본 논문의 목적은 독립운동가 허연의 생애를 정리하고 그의 시세계를 분석하는 데 있다. 허연의 생애에 대해서는 책과 잡지를 통해서 알려졌지만 그의 시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연구가 없었다. 본 연구는 허연의 유고 시집『 박꽃』에 들어있는 시를 자유시와 연작시조로 나누어 고찰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허연의 자유시 중에 조선의 독립 의지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는 「安州의 淸川江」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청강의 물’을 통해 항일의지가 나타나며, 민요조 서정시에 해당하는 「댕기」에서는 ‘한(恨)’의 정조가 드러난다. 허연의 시집 제목인 「박꽃」에서는 ‘조선’이라는 시어의 반복을 통해 조선심의 핵심이 ‘독립’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아기의 앞길」, 「기다림」, 「신년」 등의 시에서는 조선의 독립을 ‘새날’, ‘당신’, ‘손님’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허연의 자유시 중에 분단체제를 비판한 작품은 많지 않다. 그 중에 「양심良心 잃은 그림자들」이란 시에서는 해방 정국의 혼란을 ‘탈선’이라는 시어로 표현하면서 양심 없는 지식인들의 성찰 부재를 비판하고 있다. 허연의 「무장해제」라는 작품은 북한이 주체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한 현실을 ‘일본병정의 옷을 소련병정이 입었다’라고 풍자하고 있다. 허연은 민족 분단을 상징하는 「삼팔선三八線」이란 시에서 민족 분단의 원인이 외세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분단에 따른 비극을 ‘사선死線’에 비유하면서 삼팔선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시의 화자는 분단이 사라지는 날까지 외세가 전하는 어떤 말도 듣지 않겠노라고 역설한다. 셋째, 허연의 연작시조에는 한국인의 무속세계인 굿을 보여주거나 금강산을 통해 민족주의가 갖는 물적 표상을 드러내었다. 허연의 「굿집-자하동紫霞洞에서-」라는 연작시조는 망자를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된다. 굿을 시의 제재로 한 작품이기에 시조 창작의 확장을 가져온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의 가락이 거칠고 선명한 심상이 약한 것은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허연의 기행시조인 「금강산-여름에 본 금강산」은 금강산의 광활한 풍광을 압축해서 보여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금강산의 경관과 감흥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점은 약점이지만, 국토 예찬을 통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묘출했다는 점에서 시사(詩史)적 의의가 있다고 본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