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혁명을 위한 북한의 대남전략은 해방 직후 민주기지론으로 제시됐다. 남한이 미국에 대한 식민지 예속상태에서 정통성 없는 독재정권에 놓여있다는 대남인식에 기초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남한에서 민주화 세력이 집권에 성공하자 북한의 대남인식과 대남전략도 변하기 시작했다. 권위주의 통치 종식에 이은 야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북한의 민주화 세력에 대한 기대감이 축적된 결과, 남조선혁명론은 선거혁명 등 합법적인 정치공간을 포함한 방식의 ‘자주민주정부론’으로 나아갔다. 중간세력과 진보정권을 동맹으로 삼고 당국 간 접촉도 허용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남한 정부를 규탄대상으로 삼아왔던 북한이 진보정권과 대화에 나서며 반미공조를 함께할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민주화된 남한 시민사회에 정치적 공세가 먹힐 여지가 줄어든 데다. 외교적, 경제적 우위를 점한 남한 정권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대남전략도 남한정부와의 공조를 강조하는 ‘민족공조론’으로 확장되었다. 이 연구는 북한의 대남인식과 전략이 1990년대부터 변화하기 시작한 데 ‘남한의 민주화’라는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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