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표는 장덕조의 「출발하는 날」(1943)․최정희의 「야국초」(1942)를 비롯한 식민지 대중동원 텍스트와의 비교 분석 하에, 김병훈의 「‘해주-하성’에서 온 편지」(1960)․「길동무들」(1960)․권정웅의 「백일홍」(1961) 등 천리마 시기 북한 대표소설에 나타난 철도 모빌리티의 성별 상징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제국의 전시 동원체제와 마찬가지로, 북한문학에 나타난 철도 모빌리티는 국가적 건설을 뒷받침하는 공공 운송 수단이자, 인민들을 “앞으로 떠밀어” 조국의 미래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독려의 표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천리마 운동은 “남녀 차별이 있을 수 없는 새조선의 평등함”에 따라 철도 건설 및 노동 현장에 여성 인력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전시 동원체제 이래 지속되어 왔던 젠더 위계 구도를 전적으로 탈피할 수는 없었다. 이 글에서는 선전영화 ․ 노래 등의 텍스트를 참조함으로써 식민지 시기/천리마 시기 대중동원 캠페인의 양상을 폭넓게 규명하는 한편, 식민지 대중동원 텍스트와의 비교 하에 1960년대 북한소설에 나타난 철도 모빌리티 및 젠더 표상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1) 전후 복구 및 경제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던 북한의 대중동원 캠페인 하에서 여성이 어떠한 위치성을 확보했으며, 2) 천리마 시기 소설들은 캠페인의 노선 위에서 항구적 위상을 획득하거나 사라지는 남성/여성의 신체를 어떤 식으로 형상화했는지를 고찰했다. 작품 속에서 미래 지향적 운동성을 선보이는 남성들의 물적․정서적 토대로서 배치되어야 했던 북한 여성들은 역할을 완수한 이후에도 모성성이라는 ‘규범적 장소와 시점’에 고정되거나, 부동(不動)하는 식물-자연적 상징으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남성 주체와 다른 귀결점에 머물러야 했던 여성 캐릭터에 관한 연구는 북한 대중동원 캠페인의 젠더 정치를 포착하는 한편, 북한 문학의 탈식민성을 고찰하기 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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