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을 활용한 박물관 전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겪는 여러 가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이든 아날로그 세계든 변함없이 진지하게 매달려야 하는 문제는 전시구성과 바탕에 흐르는 스토리텔링이다. 결국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가 전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고구려 전시는 대상이 되는 시기의 유적과 유물이 주로 북한과 중국에 집중적으로 남아 있다. 이런 까닭에 천년 왕국 신라나 해상 왕국 가야, 고대 동아시아 네트워크사회의 중심이던 백제처럼 역사의 현장에서 펼치는 오프-라인 전시의 효과를 누리기가 어렵다.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는 디지털 전시 기법과 전시 공간이 적극 도입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고구려박물관의 전시 공간은 고구려 역사의 전개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고 시기별 전시실을 둘, 또는 셋으로 나누어 관람객이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알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초기의 두 전시실은 각각 유화의 방, 온돌 위의 하루다. 관람객은 두 전시실을 통해 고구려 성립 초기의 신화적 사고 및 고구려 주거문화, 음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중기의 두 전시실은 군마의 발굽, 색동치마다. 각각의 전시실은 영역 확장을 통해 고구려 문화의 영향권을 확대시킨 중기 고구려사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5세기 전성기 고구려의 화려한 문화를 복식문화와 함께 만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후기의 세 전시실은 각각 청룡과 백호, 천리장성, 하늘이다. 관람객은 사신 위주 고분벽화가 후기 정치 사회의 전개와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천리장성 축조를 둘러싼 권력투쟁의 결과 연개소문의 독재 정권이 성립하여 당과 고구려의 갈등이 깊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전 시기를 관통하는 하늘에 대한 관념이 고구려의 천문 지식과 문명신들의 세계와 만나는 계기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임지는 君師로서 국왕의 모습을 구체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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