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중립화에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보면, 특히 세 가지 변수가 중요하다. 첫째는 강대국의 힘의 균형과 기회 포착이다. 대한제국은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시점을 놓쳤고, 일본의 침략 정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중립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기회가 와도 남북한이 불신하고 대결을 추구하면 합의하기 어렵고, 외교적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중립화 통일론이 어려운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적대적인 남북 관계에 있다. 둘째 변수는 국내적 합의다. 오스트리아의 중립화 성공이나 스위스의 중립화 지속에는 국내적으로 연합정치와 초당적 협력이 제도적 기반으로 작용했다. 분단 체제는 삼중의 합의를 요구한다. 주변국의 합의, 남북 합의, 그리고 국내 합의다. 한 국가의 중립화 보다 분단국의 중립화 통일은 더욱 어렵다. 셋째는 자주국방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정권은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및 유고슬라비아의 중립 지위를 무시했지만, 결국 스위스의 중립을 인정했다. 그 이유는 스위스의 국방력과 산악지형이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었다. 지정학적으로 교통의 길목에 자리 잡은 국가는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있어야 중립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비무장 중립이 아니라 무장 중립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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