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이념의 타자로서 설정된 김남천의 소설 속 여성 인물을 전제로 하여 그 한계를 넘어 실재로서의 여성의 방향으로 더 뻗어 있는 두 가지 사례로 나혜석과 허정숙의 삶과 글을 살펴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성 작가에 의해 형상화된 여성 인물의 한계를 드러내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적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 존재하는 여성적 삶과 글의 구체적 상태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 비교를 통해 「바다로 간다」와 「경영」, 「맥」 연작에서 김남천 소설 속 여성 인물(최영자-최무경)이 외적 현실과의 대립을 간접화하면서 내적 윤리를 가다듬는 데 충실한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나혜석과 허정숙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와 같은 수동성의 한계를 넘어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여성적 삶의 내러티브를 써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혜석은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글쓰기를 수행했으며, 허정숙은 남성 파트너를 교대해가며 현실의 법을 벗어나는 이념적 행동을 지속하였다. 두 여성이 그려나간 이와 같은 삶의 상태는 그 서로 다른 방향에도 불구하고 남성 작가의 소설 속에서 상상된 여성의 상태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이 논문은 시야를 그녀들의 삶 전체로 확장하여 이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나혜석은 이혼 이후 화가와 여성 지도자로서의 명성을 잃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불우하게 삶을 마감했으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 현실에 맞서는 여성적 내러티브의 넓은 외연을 펼쳐 보였다면, 주도적으로 남성과의 관계와 이념적 방향을 추구했던 허정숙의 경우 해방 이후 북한 정권의 요직을 맡으며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이전의 이념과는 모순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죽음이라는 목적지가 전제된 삶의 내러티브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나혜석과 허정숙이 도달한 삶의 결말은 그 본질에서 표면의 양상과는 아이러니를 이루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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