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북한의 영토 인식을 이해하기 위해 김정은 시기 ‘영토완정’ 개념을 김일성 시기 용어인 ‘국토완정’과 비교하여 분석했다. ‘영토완정’은 전쟁을 통한 통일을 언급하는 데 있어서 ‘국토완정’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정세와 관련해 의미의 변화가 있다. 첫째, 국토완정은 ‘하나의 조선’을 목표로 두어 영토를 확장하려 했다면, 영토완정은 ‘두 개 국가’를 목표로 하여 국경 확정과 자위권을 강조한다. 영토완정 수호는 핵무력 강화의 근거가 된다. 둘째, 국토완정은 통일을 목표로 하지만 영토완정은 통일을 배제한다. 이는 민족주의에서 국가주의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셋째, 국토완정은 남한 주민을 민족으로 동원해 남북의 경계를 없애고자 했다. 반면 영토완정은 미국에 대한 위협의식으로 주권행사영역을 지키고자 경계를 명확히 한다는 국경차단의 의미가 있다. 북한이 6・25전쟁 때 사회주의체제로의 흡수통일을 목표로 사용되었던 ‘국토완정’ 용어가 김정은 시대에 ‘영토완정’으로 소환된 것은 그동안 ‘하나의 조선’ 정책에서 실질적인 ‘두 국가’로 진행돼 온 남북관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두 국가’ 선언에 이어 헌법에 영토 내용을 담은 북한은 통일보다는 전쟁에 대비한 영토의 요새화에 힘을 쏟으며 주민들을 통제해 고립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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