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북한에서 발간한 『조선철학사(상)』에 최초로 포함된 최한기 서술은 남한 학계의 연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후 북한은 조선철학사 서술과 체계화 작업을 대략 10년 단위로 지속한 데 비해 남한의 한국철학사 서술은 1987년 이후 정지된 상황이다. 반면 최한기 연구는 토대인 정본화 작업으로부터 인물사나 주제의 다양성 등 남한의 연구성과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념론과 유물론의 투쟁이라는 철학사의 기본 전제와 체제 이념이 최한기 독법의 족쇄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입각한 조선철학사는 1970년대 중반 체계화된 주체사상을 강령으로 하여, 민족문화유산 계승과 계급 교양의 도구가 되었고, 1980년대 강화된 역사주의와 계급주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세계관 투쟁에 따라 서경덕으로부터 최한기로 이어지는 중세 유물론 철학의 계보화가 이루어졌고, 계급 투쟁에 따라 최한기 사상의 역사적 한계도 부각하였다. 최한기 연구는 『기측체의』 중심으로 인식론에 집중하였고, 사회ㆍ정치사상을 다룰 때 『인정』의 일부만 인용하는 등 자료의 편중도 문제다. 기일원론 외에 최한기 철학사상의 진보성은 대동사상, 무신론, 개국론 등이 조명되었는데 실학 관련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연구자는 최초의 조선철학사 집필에 참여한 정성철이고, 후속 연구는 대개 정성철 연구 범위 내에 있다. 북한은 2000년대에 들어서 철학사 서술을 지속하는 한편 대학 교양 교재인 『조선철학사사료집』에 『신기통』을 번역 소개하는 등 최한기를 조선철학사의 주요 인물로 다루고 있다. 최한기는 남북한 학술교류의 접점과 한국철학사 서술 방향 모색에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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