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북한의 인쇄문화에서 포스터가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를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난 미디어스피어의 일반적인 진화과정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북한 인쇄물들의 특성을 포스터를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먼저, 해방 직후 형성된 사회주의 국가 건설과 인쇄문화의 결합을 프린트 쇼셜리즘으로 지칭하고 포스터를 프로파간다 실천을 위한 중요한 매체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 시기 포스터는 인민들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 즉 사회주의라는 정치체의 감각을 실천하도록 지각시키는 도구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포스터는 문자 해독과 문맥의 독해 과정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직관적으로 인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대중적인 선전선동 방식이었다. 이후 TV로 대표되는 비디오스피어의 단계로 이행된 이후에도 포스터는 소멸해가기 보다는 TV와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북한 사회에 정착하게 된다. 포스터가 직관적인 시각과 구호로 일관된 것과 비교해서 TV콘텐츠는 서사와 다큐, 교양과 오락이 혼용된 매체로서 서로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인쇄문화는 문학작품이나 신문의 보도, 예술작품과 연동되어 북한 사회를 전방위적인 프로파간다의 일상화를 구성하며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포스터의 생명력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디오스피어의 단계인 TV 시대를 거쳐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에도 포스터는 쇠퇴하지 않고 공진해 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포스터 제작과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장성을 높인 ‘직관선동’이라는 퍼포먼스의 창안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콤퓨터 선전화’의 혼종화된 경관은 북한 프로파간다의 새로운 지형을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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