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행해진 북한 설화 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1960년대 이전의 자료집을 전반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1980년대 이후의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북한 설화집의 경우, 1960년대 이전의 자료를 찾는 것이 어려워서 그 전개 양상을 살피는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논문에서는 북한 최초의 전설집에 해당되는 고정옥의 『전설집』(1956)을 확인하여 그 내용을 분석하였다. 선행연구에서 이미 그 존재가 밝혀졌지만,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서 그 연구사적 의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수록내용에 대한 분석은 수행되지 않았다. 고정옥은 설화에 대한 애국주의와 공산주의 사상 및 교양을 강조했지만, 애국 전설은 「박제상」과 「록족 부인」만을 수록하였다. 특히 「록족 부인」은 애국주의교양에 필요한 자료로 중요시했다. 선행연구에서는 1960년대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한적인 연구가 수행되었다. 선행연구에서는 『평양지』(1957)에 수록된 두 편의 이야기가 그 이후 녹족부인의 기본 서사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고정옥의 『전설집』(1956)의 발굴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수정돼야 한다. 본문에서 명확히 한 바와 같이, 후대의 설화집은 고정옥의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하였다. 고정옥은 을지문덕 스승의 이름을 ‘우경’이라고 규정하고, 그 아들을 9형제나 3형제가 아닌 쌍둥이로 서술하였다. 또한 을지문덕이 홀로 적진을 정탐하다가 쫓기게 되었는데, 녹족부인이 배를 띄워 을지문덕을 돕는다는 에피소드가 처음으로 추가되었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후대의 설화집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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