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과학원에서 1965년 번역한 『기측체의』와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조선철학사 서술에 활용된 원문을 중심으로 고전 번역 원칙의 실제 적용과 남북한 번역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철학사상 해석에 일관된 유물론적 관점을 밝혔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인민의 사상교화와 민족적 교양을 일깨울 목적으로 한문 고전을 선별하여 번역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역사주의 원칙과 현대성의 원칙이 제시되었다. 1960년 최한기를 처음 포함하여 서술한 『조선철학사(상)』과 『기측체의』 번역에 실린 「해제」는 이후 최한기 연구의 이정표가 되었다. 교양 참고서로 발간된 『조선철학사사료집』도 『신기통』을 비중 있게 다뤘다. 역사주의 원칙에 따라 항목과 전문을 발췌했고, 현대성의 원칙에 따라 순우리말로 풀어 번역했다. 추상 수준이 높은 전통 철학 용어나 최한기 철학의 주요 개념어는 번역 없이 사용했다. 사회과학원에서 번역한 『기측체의』가 원문 그대로 번역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면 조선철학사 서술의 인용문은 관점과 해석에 따른 의역도 적지 않다. 1960년대부터 2010년에 이르는 총 6종의 조선철학사에는 최한기를 ‘중세유물론철학의 완성자’라는 수식과 함께 중요한 철학자로 조명했다. 초기에는 물질적 기의 시원성과 불멸성, 운동과 정지의 변증법 등 자연관과 함께 감성적 단계에서 이성적⋅논리적 단계로 확장하는 인식론 관련 연구에 집중했다. 정성철의 1974년 실학파 연구는 최한기 연구를 사회정치사상으로 영역으로 확장한 대표 사례다. 조선철학사 서술에 인용된 항목을 시기별ㆍ주제별로 분류하고, 자연관, 인식론, 변증법, 무신론, 윤리⋅도덕, 변통론, 개국론, 사회정치개혁론, 대동사상, 교육사상 등으로 세부 주제를 정리했다. 기일원론적 유물론이라는 최한기 철학사상 규정은 유물론과 관념론의 대립과 투쟁으로 철학사를 파악한 결과다. 남한의 연구와 비교해, 주제의 편중과 해석이 편협한 사정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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