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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주체문예·정전(正典)

Jeong, Ji-yong · Juche Literature · Canon

상세내역
저자 최현식
소속 및 직함 인하대학교
발행기관 상허학회
학술지 상허학보
권호사항 68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371-412
발행 시기 2023년
키워드 #정지용   #정전   #모더니즘   #북한문학   #주체문학   #항일혁명문예   #유산과 전통   #민족문화예술   #인민의 정서   #민족어(조선어)   #동시(童詩)   #최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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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북한에서 이뤄진 정지용의 시에 대한 배제와 복권, 그리고 학술연구와 신문매체에서의 대중화 과정을 살펴본다. 정지용은 반혁명적․반인민적 예술로 폄훼된 ‘모더니즘’ 예술의 주창자라는 비판적 평가에 따라 배제와 금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김정일이 주도한 ‘주체문학’론에 의해 반전의 계기가 발생했다. 정지용의 시도 김일성의 ‘항일 혁명문학예술’에 기여한 진보적 ‘민족문화예술’의 유산에 해당된다는 정반대의 평가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아름다운 민족정서와 민요풍 리듬을 바탕으로 인민의 서정과 호흡을 인상 깊게 노래한 시인으로 올라선다. 이것은 정지용의 시가 ‘혁명의식’과 ‘민족적인 것’의 고양을 통해 인민의 대통합과 김일성—김정일 세습체제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북한식 ‘정전(正典)’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1990년대 본격화된 정지용의 시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선집(選集)의 발간은 새로 편찬된 『조선문학사』와 『현대조선문학선집』를 통해 이뤄진다. 두 작업은 그의 시가 처음 실린 신문과 잡지, 『정지용시집』(1935)과 『백록담』(1941)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1920년대 및 1930년대 『현대조선문학선집』에 총 43편의 시가 실렸다. 대표작 「카페 프란스」, 「고향」, 「향수」, 「백록담」, 「비로봉」 등이 주로 선택되었다. 이 작품들은 민족어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뛰어난 구사, 그를 통한 ‘민족적인 것’의 전통화와 미래화, 인민들의 슬픔과 건강함에 대한 서정적 화폭의 표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지즘’ 경향의 시, 곧 반인민적 퇴폐주의 예술의 혐의를 받던 「바다」, 「해협」 등과 식민지 아동의 호기심과 설움을 표현한 동시(童詩)는 제외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군혁명문학론’을 내세운다. 이때 강조된 것이 김일성 항일유격투쟁을 모델로 한 수령 중심의 ‘총의 힘’과 ‘사랑의 힘’, 인민들 서로간의 ‘공존의 윤리’였다. 이를 감안하면 정지용 시는 특히 ‘공존의 윤리’에 부응하는 작품들, 곧 인민의 애국심과 향토적 서정이 배어 있는 작품들이 주목되었을 법하다. 그러나 북한 문단과 연구진은 뜻밖에도 다음의 항목들로 평가의 초점을 돌린다. 첫째, 정지용 시에서 선택, 활용된 ‘고유어’, ‘고어(古語)’, ‘방언’에 담긴 시사적․민족문학적 가치, 둘째, 조선 아동들의 순진무구한 생활과 놀이, 민족과 가족 상실의 아픔을 노래한 동시가 그것이다. 이처럼 정지용 시는 ‘주체문학’의 공식적 인정과 독자에 대한 대중적 호소력을 동시에 획득하게 됨으로써 ‘고전’과 ‘정전’의 지위를 동시에 확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