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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시의 대속(代贖)적 주체와 사랑의 윤리학 - 여성 이미지를 중심으로

The substitutionary subject and the ethics of love in Kim Dong-myeong’s poetry - Focusing on fema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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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국원호
소속 및 직함 강원대학교(삼척캠퍼스)
발행기관 어문연구학회
학술지 어문연구
권호사항 122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283-335
발행 시기 2024년
키워드 #김동명   #대속적 주체   #타자   #사랑   #감성   #향유   #상처받기 쉬움   #자본주의   #전체주의   #국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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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김동명 시에 나타나는 여성 이미지를 대상으로 그의 시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시적 주체의 의미와 시적 주제 의식을 밝혔다. 김동명 시의 시적 주체는 타자의 고통과 박해를 대신하고, 타자의 죄를 대속(代贖)하는 ‘대신함의 주체’ 혹은 ‘대속적 주체’라는 윤리적 주체였다. 그리고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시적 주제는 나의 이웃인 타자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김동명은 첫 시집 󰡔나의 거문고󰡕에서 식민지 도시의 삶에 동일화되지 않은 인간적인 삶의 의미를 어촌과 농촌의 여성들에게서 발견하고 있다. 그러나 1930년대 후반 일제가 자본주의와 파시즘으로 조선을 식민화하자 식민지 여성들도 자본주의와 전체주의에 동일화되거나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김동명은 두 번째 시집 󰡔芭蕉󰡕를 통해서 자본주의에 동일화되어 파계한 여승이나 창녀가 된 여성의 이미지를 시화했다. 그러나 김동명은 그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그들을 자신과 같은 동포로 대하면서 그들의 불행한 삶을 안타까워했다. 김동명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인간적인 ‘참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선 문학이라는 민족 문학을 지켜야 함을 시화했다. 그리고 식민지 현실에서 고통받는 여성 타자들에게도 끝없는 환대의 사랑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더 나아가 그는 불행에 처한 여성들의 고통을 대신하기 위해 그들의 ‘종’까지 될 수 있는 대속적 주체의 모습과 사랑을 시화했다. 김동명의 중기 시라 할 수 있는 󰡔三八線󰡕, 󰡔하늘󰡕, 󰡔珍珠灣󰡕과 같은 시집에서는 소련군 주둔하에서 북한 민중들이 겪는 전체주의적 폭력이 증언되고 있다. 해방 후 북한에 주둔한 소련군은 일본 피난민들에게 성적 폭력을 자행하거나 북한 민중들을 일상적으로 검문하는 등 북한의 주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김동명은 북한 주민들을 대신해서 당시의 현실을 시로 고발했으며, 전쟁 상태와 같은 북한의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일본 피난민들에 대한 전체주의적 폭력은 개인들을 극단적인 이해관심과 코나투스만을 추구하게 만드는 등 그들의 인간적 동일성마저 파괴하는 것이었다. 김동명은 또한 소련군의 수탈로 아사(餓死)가 일어나는 북한에서 고향을 버리고 남몰래 피난을 가는 피난민들의 모습에서 북한에서 인간적인 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김동명은 이와 같은 북한 피난민들의 실상을 시화함으로써 그들을 대신해서 전 인류가 북한 주민들에게 인류애(人類愛)를 베풀어 줄 것을 시로 요청했다. 북한 공산당과의 불화로 월남한 김동명은 남한에서 다시 6ㆍ25전쟁을 겪게 되었다. 전쟁은 많은 사상자뿐만 아니라 고아나 과부와 같은 타자들을 양산해 냈다. 김동명의 마지막 시집 󰡔目擊者󰡕에는 미군이 주둔한 남한에서 생겨난 양갈보와 과부와 같은 여성이 시화되어 있다. 6ㆍ25전쟁 후 이승만 정권과 우익들은 양갈보를 시민들이 경멸하도록 하는 정책을 폈지만, 김동명은 오히려 시를 통해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들을 대신해서 변호해 주었다. 또한 그는 전쟁으로 인해 과부가 된 여성들이 집안의 가장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에서 전후의 국난을 극복할 대속적 주체의 모습과 타자를 대신함이라는 모성애(母性愛)의 힘을 발견하였고 이를 시화했다. 그는 여성들의 모성애 같은 사랑이야말로 전후의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힘이었음을 시로 역설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