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의 전범(典範)으로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이 자리하고 있다면, 1970년대는 김정일 후계자의 등장, 수령제 사회주의의 제도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후계체제의 확고한 구축 등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기억이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이해관계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이라면, 김정은의 등장으로 소환된 1970년대는 곧 충실성을 갖춘 일꾼들의 표상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간부 및 일꾼들에 대한 표상은 충성심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초기 충성심에 대한 강조에서, 점차 실력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김정은 시대의 역사적 과제로서 제기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유능한 일꾼들이 요구되었고, 그 핵심은 과학기술로 무장한 일꾼이었다. 따라서 1970년대의 간부 및 일꾼들이 당시 김정일을 중심으로 절대적인 충성과 함께 유능한 실력자였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초점이 바뀌어가기 시작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충실성과 실력을 증명해야 했다. 그 증명은 바로 ‘실적’이었다. 그리고 지난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통해서는 일꾼(간부)만이 아니라 그 대상을 과학기술자와 노동계급으로까지 확장하였다. 즉, 과학기술자와 노동계급에게도 1960년대, 1970년대를 따라배울 것을 요구하였다. 현재 남북의 경색국면과 이어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호출되는 1970년대의 핵심은 바로 경제건설에 있었다. 즉, ‘정면돌파전’에 따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내부의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1970년대는 경제건설에 요구되는 쓰여진 역사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기억으로 호명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의 집권부터 지금까지 1970년대를 호명하고 있는 ‘기억의 정치’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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