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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장소, 그리고 광주-완전성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Emotions, Places, and Gwangju : Escaping the illusion of perf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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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삼
소속 및 직함 전남대학교
발행기관 상허학회
학술지 상허학보
권호사항 68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205-256
발행 시기 2023년
키워드 #광주   #5·18   #혐오   #불안   #모욕   #분노   #수치   #부끄러움   #감정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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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논문은 5·18 전후의 광주를 다양한 감정들의 얽힘이 작동했던 장소로 바라보면서 신군부의 감정정치와 이에 응전한 광주와 광주시민들의 감정대응에 주목한 연구이다. 기존 5·18 문학연구가 주로 재현불가능성, 죄책감과 부끄러움, 정치적·역사적 의미에 주목했다면 본 연구는 혐오, 불안, 공포, 모욕, 분노, 수치 등의 감정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고 작동되고 또 공유되고 있었는지를 살피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2장에서는 군부가 혐오의 생산논리로 작동시켰던 반공주의의 양면성에 주목하였다. 반공을 매개로 생산된 혐오 정서는 광주를 이데올로기적 오염물(북한, 빨갱이)에 노출된 예외상태의 장소로 만들었다. 이러한 비정상에 대한 신경증적 거부반응은 해방 이후 국가폭력이 자행된 장소에 반공과 혐오의 논리가 지속적으로 기입되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그 안에 오래된 불안이 내재되어 있다는 자백과 같다. 일상적인 죽음의 가능성 앞에서 시민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낀 것과 같이 군부 또한 권력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불안에 노출된 것이다. 불안은 공유되고 있었다. 3장에서는 초기 소설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토의 장면을 통해 혐오의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공유되고 있는지에 주목하였다. 소설의 서사에서 가계의 남성 인물들로 계승되는 국가폭력의 경험은 이를 기억하는 자들에게 광주를 곧바로 불안의 재현 장소로 인식하게 했다. 당시 광주는 국가가 정의한 정상적 주체의 바깥으로 내뱉어진 장소로서, 혐오와 불안과 공포와 모욕—주기와 수치심—주기가 작동되는 감정정치의 집합 장소였다. 때문에 구토는 이 불안과 공포에 대한 반응이지만, 곧바로 역설적 의미로 포착된다. 샤르트르의 『구토』를 참고해서 볼 때 인물들의 구토는 상징계적 질서로 광주를 규정하려는 인식적 폭력에 대한 강력한 거부반응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함을 설명했다. 4장에서는 두 개의 <애국가>에 주목했다. 시민들이 부른 <애국가>는 군부의 집단발포 당시 배경음악으로 등장했던 <애국가>와 달리 군부가 오염시킨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소환하는 방식으로 광주라는 장소를 민주주의의 중심에 놓이게 했다. 이를 통해 모욕—주기라는 군부의 감정정치에 대한 대응으로 시민들이 정당한 분노의 감정으로 응전했음을 설명했다. 5장에서는 두 가지의 ‘완전성에 대한 환상’이 살아남은 자들을 다시 사건의 외부로 배제하는 논리를 비판적으로 점검했다. 함께 죽음으로써 항쟁을 완성한다는 환상은 사건 이후 살아남은 주체를 지속적으로 수치의 감정에 내몰리게 했다. 또한 1980년대 민족·민중문학 담론이 광주라는 장소와 인물들을 변증법적 의식성장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이데올로기적 장소와 주체로 소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완전한 주체에 대한 환상이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을 모두 담론의 외부로 배치하는 함정에 빠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논리들은 5·18 당시의 광주라는 장소와 광주의 시민들을 어떤 숭고함의 자리에 위치시키면서 기념비화하려는 폭력적 담론의 결과로서 모두 완전성에 대한 환상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