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 문학에 대한 논의의 대부분이 그의 일본어 글쓰기와 그 한국어 번역을 대상으로 한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조선총련의 기관지에 실린한글 단편 세 편—「꿩 사냥」, 「혼백」, 「어느 한 부두에서」의 존재는 작가 김석범의 문학은 물론, 재일조선인 문학을 풍요롭게 논의하는 데 주요한 참조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아시아‧태평양의 질서를 미국 주도로 구축한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그 하위체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65년 체제’에 대한 김석범의 서사적응전이 재일조선인으로서 정치적 (무)의식과 연동돼 있는 것을 가볍게 넘길 수 없기때문이다. 「꿩 사냥」은 김석범의 ‘탈식민냉전’에 대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대한비판적‧정치적 상상력으로 읽을 수 있다. 여기에는 1950년대 중반 ‘한라산=적색 지대=빨갱이=공산주의(자)’의 맹목적 반공주의를 보이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은 물론, 작품 말미에서 암시하듯, 4‧3항쟁의 미완의 혁명으로서의 과제(자본주의적 근대와사회주의적 근대를 동시에 넘어서는 평화적 통일독립의 세계를 이루는)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는 작가의 역사적 전망에의 서사적 의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혼백」은 어머니의 혼백을 북한으로 귀국시키는 것을 넘어 ‘나’의 변혁된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삶과 함께 어머니의 고향에서 미완의 혁명으로 솟구쳤던 4‧3항쟁의 주체가 꿈꿨던 ‘통일조선의 총체’를 향한 정치적 상상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작가 김석범의 서사적 열망이 투영된 것이다. 「어느 한 부두에서」 보이는 총련의 민족교육을 통한 재일조선인의 자기정체성을정립하는 과정과, 총련과 민단의 민족화합을 경험한 한국인 선원들이 한국에 도달한후 ‘65년 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상상력은 김석범의 한글단편이 제기하는 소중한 문제의식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이 김석범의 세 한글 단편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김석범 문학의 중핵을이루는 식민주의 및 냉전에 대한 저항과 극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탈식민‒냉전’에 대한 서사적 문제의식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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