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전쟁을 반(反)침략 전쟁, 정의로운 전쟁, 승리한 전쟁으로 정의한다. 한국전쟁에 관한 중국 정부의 서술은 하나의 정전(正典, Canon)으로 규정되어 중국에서 편찬되는 역사서적, 언론, 교육기관의 교재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북한을 도와 미국과 대적하여 싸웠다는 ‘항미원조전쟁’의 서사가 만들어졌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조선내전’과 ‘항미원조전쟁’으로 구분하여 인식한다. 중국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한반도 내부에서 발생한 내전(內戰)으로 시작되었지만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국제전(國際戰)으로 전쟁의 성격이 변질되었다. 특히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미국이 제7함대를 타이완 해협에 파견한 것은 신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신중국의 국가안전과 중국인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의 대결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항미원조전쟁’이 시작되었다. 중국공산당은 정치적 목적과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한국전쟁에 관한 중국의 집단적 기억을 소환하고 활용한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세계 최대 강국 미국과 대적하였고, 결국 최종적인 승리를 쟁취하였다는 ‘항미원조전쟁’의 결론은 중국의 문학, 영화, 드라마, 역사 서적, 역사 교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 유통, 보급되었다. 그런데 중국정부의 ‘항미원조전쟁’ 기억에 대한 소환과 활용은 중국이 처한 정치적·시대적·국제적 상황에 따라 약간씩 변화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미국이 경쟁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시기에는 ‘항미원조전쟁’에 관한 서사를 크게 강조하지 않지만, 미중 간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항미원조전쟁’의 집단기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집권 시기 ‘항미원조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강조는 미중 간의 패권경쟁의 심화라는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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