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MDB에 가입한 뒤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입 이전이라도 미국과의 관계 진전 여하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많다.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의 사례로 볼 때 관건은 내적인 경제상황 개선 및 개혁개방 의지와 노력, 외적인 대미관계 개선이다. 관련 선례를 보면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거의 전제조건에 가깝다. 물론 지정학적인 입지, 핵무기 보유 여부, 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북한을 포함한 사례들 간에 차이가 있다. 북한은 핵무기 문제가 통일, 평화협상, 경제통합, 북미협상 모든 과제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대미관계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인도적 지원 말고는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약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되기만 한다면, MDB 가입전이라도 단기적으로 기술지원을 포함한 가입 전 지원이 있고, 가입 후에는 양허성 자금뿐 아니라 정규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가입 협상 중이거나 가입 후에도 경우에 따라 여려 측면에서 유연성을 이끌어 낼 여지도 있으며, 이 때 한국의 역할공간이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개발 지원은 남북 경제협력, 국제개발금융협력, 그리고 북한의 노력과 역량 및 한국의 지원이 결합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출발점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자리 잡고 있는데 유엔결의안 해제, 비핵화라는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다. 북미관계 개선이 사실상 미국과 일본이 핵심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MDB로부터 지원 받는 핵심 조건인데, 한국은 남북한 경제공동체라는 큰 틀 안에서 필요한 역할 공간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현재로서는 남북대화, 북미대화 모두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고 미중관계의 악화와 함께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북한에게 체제유지가 지상 과제이며 핵무기를 체제수호의 핵심 수단으로 본다는 점, 북한이 한국을 직접 상대하려 하지 않는 내적 사정과 남북입장 차이, 미중의 이해관계 불일치와 전략경쟁, 좁아져가는 한국의 역할 공간, 주요 다자금융기구에서 미일의 강한 영향력 같은 다루기 힘든 과제들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구축, 비핵화, 통일 문제는 한국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이해당사국들과의 원만한 관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자는 분명히 한국이며, 한국의 자율 공간 없는 미국이나 중국 일변도의 정책 노선은 문제 해결에 위험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문제, 통일문제, 남북경협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화된 상황에서 ‘열정과 냉정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며, 진영논리에 집착하기보다 진보와 보수 전략의 적절한 혼합만이 창의적인 방안과 수단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은 통일, 비핵화, 평화정착이 자신의 문제이면서도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입지와 역할 공간이 좁을 뿐 아니라 통일에 대한 신세대의 무관심으로 폭넓은 국민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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