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임수경의 방북과 그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집단열광 현상을 ‘민족혼의 결합’, ‘개인과 집단의 조우’라는 관점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북한 이탈주민 13명을 인터뷰한 자료와 이외 13차 평양축전 관련 공식 문헌을 활용하였다. 북한 주민들의 ‘임수경 열광’ 바탕은 분단 극복, 분열된 정체성 회복이라는 민족주의 역동성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임수경을 환영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으며 이는 당국의 통제 속에서만 집합이 가능했던 북한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즉 그녀로 말미암아 북한의 통제 질서가 부분적으로 해체된 것이었다. 또한 생면부지의 임수경 앞에서 흘린 북한 주민들의 집단눈물은 분단의 고통에 따른 한 맺힘,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라는 언어로 표상되는 ‘민족혼의 결합’, 민주화 통일을 위한 80년대 남한 청년 학생들과의 연대와 지지라는 집합적 열정의 분출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임수경을 통해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였다. 임수경과 북한 주민의 만남은 개인과 집단의 뜻밖의 조우였다. 임수경은 개인이 없는 북한에서 집단주의 인간이 자신과 북한 사회를 비춰보게 한 거울이었다. 그녀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개인’이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인식하게 되었다. 임수경의 패션은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북한 주민들의 욕망을 분출시켰으며, 그의 이름으로 유행하였다. 임수경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주입하는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남한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으며 이는 훗날 북한 사회 균열의 출발점이 되었다. 13차 청년학생축전을 경험한 50세 이상의 북한 출신들은 남한으로 오게 된 동기의 밑바탕에는 임수경을 통한 남한사회 관심, ‘남한 바로 알기’ 노력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특히 통일은 정부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던 북한 주민들은 남한 청년 학생들의 통일운동과 13차 축전장에서 벌인 임수경의 활동을 통해 민족의 구성원들 개개인이 나서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임수경 방북은 북한의 통일정책에도 영향을 주었는바, 그의 귀환 후 1990년 남과 북, 해외동포를 망라한 전 민족적 통일운동 기구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 결성되었다. 이러한 것들을 밑거름으로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임수경의 방북은 북한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남한사람의 존재, 분단,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상상력을 부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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