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에서 화장은 국가 체제의 통제된 미적 감각인 사회주의 미감에 상응해야 허용된다. 이는 표면적으로 화장을 개인적 차원의 것으로 규정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회적 차원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북한의 화장문화를 특정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하나의 기호체계로 보고 구체적으로 북한 여성의 화장이 어떤 의미적 특성을 갖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우리는 미하엘라 노로크가 촬영한 28장의 북한 여성 사진을 대상으로 삼아 북한 화장의 의미작용을 추적하였다. 화장에서 조형적 요소는 의미 결정에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화장의 조형적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분석 대상에 대한 기호학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화장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이 가능해진 후에 플로슈의 준-상징체계 개념을 활용하여 북한 화장체계가 갖는 고유한 의미작용을 밝혔다. 연구의 결과 북한 화장에서는 다양성이 결여 되어 있고 몇몇의 조형적 불변소가 지배적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표현 측면에서 /난색/, /두터운/, /상승형/, /무광택/, /구심적/의 다섯 가지 요소가 의미 측면의 /동적/, /감정적/, /강한/, /단정한/, /어린/에 상응했다. 이러한 의미 해석을 바탕으로 북한 화장에 내재된 이데올로기적 압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단정한/, /감성적/, /어린/을 포함하는 사회의 꽃으로서의 여성이며 다른 하나는 /동적/, /강한/을 포함하는 사회의 역군으로서의 여성이다. 김정일의 시대에서 강조되었던 ‘남성을 능가하는 여성 역군’은 김정은의 시대에 와서 ‘사회의 꽃으로서의 여성’으로 여성에게 내거는 기치는 변화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의미적으로 과거의 전통과 현대적 이상이 고스란히 이중의 의무로서 여성에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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