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천상이 나타나는 〈금강산 팔선녀〉와 용궁이 나타나는 〈토끼전〉을 통해 북한 고전문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이계관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것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효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북한의 〈금강산 팔선녀〉에서 선녀는 금강산의 아름다움, 인간의 인정세태, 노동의 즐거움 때문에 천상에서 지상으로 회귀한다. 북한의 〈토끼전〉에서 토끼는 부정적 인물들이 가득한 용궁에서 고난을 겪고 다시는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지상으로 회귀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지상과 이계를 모두 경험하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이계가 지상보다 아름답지 않은 공간이자, 미풍양속이 없는 공간이자, 노동이 없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결핍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상은 이계보다 아름다운 공간이자, 인정이 넘치는 공간이자, 노동으로 참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완전한’ 공간이다. 이러한 이계 서사를 통해 ‘결핍된 이계-완전한 지상’이라는 이계관이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핍된 이계-완전한 지상’이라는 이계관은 크게 ‘아름다운 지상과 아름답지 않은 이계’, ‘노동이 있는 지상과 노동이 없는 이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아름다운 지상과 아름답지 않은 이계’는 아름다운 조국산천과 조선인민들의 미풍양속을 보여준다. 이는 국토애와 민족성을 강조하여 애국심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공고하게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노동이 있는 지상과 노동이 없는 이계’는 노동은 보람차고 신성한 것으로 노동이 ‘진정한 행복’과 ‘참된 삶’을 이루기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계관은 노동의 가치와 보람, 노동의 당위성을 보여줌으로써 인민들의 자발적인 노동 활동을 장려하는 효과를 갖는다. ‘결핍된 이계-완전한 지상’ 이계관에서 ‘지상’은 은유적으로 한반도 북부인 북한을 의미하게 되며, 이러한 이계관은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자신들이 살고있는 공간이 다른 세계보다 더 나은 공간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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