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해방 직후 북한에서 새로운 노동 개념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고찰하며, 이북명의 소설 「노동일가」를 통해 그 노동 개념이 경쟁을 동원하는 논리와 결합되는 양상을 분석하고자 한다. 해방 직후 북한은 일련의 민주주의적 개혁을 신속히 추진하는 한편, ‘독립된 민주국가 건설’이라는 절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체제를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형성해갔다. 강렬한 자발성을 전제한 이 특이한 총동원체제는 ‘보상’과 ‘비판’이라는 기제를 작동시키며, 경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그리고 노동규율과 사상성을 뒤섞고 모든 인민을 ‘근로자’로 만드는 노동국가를 형성해 갔다. 이북명의 「노동일가」는 이 ‘국민개로(國民皆勞)’의 체제 위에서 노동하는 모두가 높은 생산성, 창의성, 충성심의 본보기를 좇도록 닦달당하는 경쟁이 어떻게 동원과 모순되지 않고 작동하는가를 보여준다. 그 경쟁의 형태는 ‘소유 없는 경쟁’이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국가가 노동자의 국가는 아니며, 국유화가 모두의 소유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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