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2013년~2015년에 북한에서는 교과서가 개편되었다. 김정일 집권 시기인 1997년에 개정되었던 기존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파격적인 것은 ‘문학’ 교과서의 개편 방향이다. 이와 같이 김정은이 집권하자마자 무엇보다 먼저 ‘문학’ 교과서 서술의 내용과 형식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개편하였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현실인식과 정치노선을 채택하고 있음을 함의하는 것이다. 2014년판 새 국어문학 교과서는 네 가지 측면에서 매우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문학사를 통시적 형태인 ‘시대별 분류’에 따라 서술하던 데서 탈피하여 공시적 형태인 ‘주제별 분류’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탈역사화’ 경향으로서, ‘과거의 전통’보다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쪽으로 시대적 지향가치가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수록작품을 시, 소설, 희곡의 ‘문학 장르’ 위주로 구성하던 데서 벗어나 영화, 가사, 수필의 ‘대중문화 장르’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실용주의화’ 경향으로서, ‘사상적 순수성’보다 ‘정서적 공감대’를 추구하는 쪽으로 당과 인민의 소통방식이 변화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창작주체를 인지도가 높은 ‘기성 작가’ 중심으로 선별하던 데서 이탈하여 인지도가 낮거나 없는 ‘신진 작가 및 비전문 작가’ 중심으로 선별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세대 교체적’ 경향으로서, ‘중장년 계층’보다 ‘청년 계층’을 주축으로 삼는 쪽으로 사회적 주체가 이동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넷째, 지도비평의 방침을 ‘이념 지향’으로 설정하던 데서 방향 전환하여 ‘현실 지향’으로 재설정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보편국가화’ 경향으로서, ‘이상적 가치’보다는 ‘실제적 가치’를 필요로 하는 쪽으로 북한 사회의 현실적 조건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 ‘문학’ 교과서 개편 방향에서 나타나는 네 가지 변화의 공통분모는 기존의 것에 대한 전복이자 재구축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지금까지 북한 체제의 근간이 되어왔던 주체사상과 백두혈통에 의한 통치에 균열이 발생했음을 반증하는 것이자, 당대 현실 자체를 다시금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할 필요성이 대두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문학의 대원칙으로 돌아가 현실 반영의 요소를 강화하고, 그 토대가 되는 인민의 삶에 더욱 집중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김정은 시대의 당 문예정책이 ‘문학’ 교과서 개편을 통해 의도한 변화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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