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문학사』 전16권(1991~2012)에서는 소설을 낭만주의적 경향과 사실주의적 경향 두 가지로 대별하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환상적 요소가 들어가면 낭만적 경향으로, 작품의 구성이나 인물의 성격이 현실적으로 있음직한 사실을 핍진하게 묘사하면 사실주의적 경향이라 평가한다. 환상적 요소가 있는 중세소설이 발전해 나아가 신소설을 거쳐 결국엔 그런 요소가 전혀 없는 근대소설이 탄생한다는 시각이니,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서술이라 할 만하다. 『조선문학사』에서는 신화, 설화, 중세소설 등의 서사를 분석할 때 대체로 사실성을 매우 중시하며, 환상적 요소가 있으면 ‘제한성’, ‘미숙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한다. 이는 환상적 요소를 역사성이나 객관성만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인데, 고리끼와 엥겔스, 루카치의 영향이다. 환상성을 인정하는 경우는 인민성을 고려한 때이다. 따라서 『조선문학사』의 사실주의는 구성이나 인물설정 등에서 환상성보다는 사실성을 중시하는 단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문학의 영역을 좁히고, 인간의 인식 세계를 하나의 이념에 충실하도록 만든다. 사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 등이 얽혀 있는 역동적인 인간의 세계를 반영한 문학을 창조해내려면, 소설에서 환상적 요소를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환상을 통해 진실을 더욱 잘 포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루카치와 대척점을 이루는 바흐친의 사실주의 견해에도 드러나고 있다. 루카치는 서구의 사실주의를 소설의 본령이라고 생각하지만, 바흐친은 소설은 얼마든지 여러 장르적 특성을 받아들이며 발전해 나아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사실주의를 보는 두 가지의 대별되는 의견인데, 바흐친의 견해가 소설의 실상에 더욱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