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이후 문학예술에서 재현되는 인민 생활의 모습을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리희찬의 장편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2016)에 주목하여 김정은 시대 ‘인민생활향상’의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제7차 당대회 이후 출판된 리희찬의 소설은 김정은 시대의 상징적 장면을 포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인민들의 모습을 생동하게 묘사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본고는 리희찬의 소설을 통해 권력과 체제의 요구가 인민들에게 어떻게 내면화되는지 진단하고자 한다. 특히 세대와 자본, 계급의 문제에 주목한다. 김정은의 등장 이후 세대 담론은 청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으며, 두 세대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소설에서는 각 세대가 체제에 복무하며 지향하는 목표는 같을지 모르나 그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체제의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민들이 자본을 감각하는 방식 역시 이전 시기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세대 갈등에는 자본에 대한 인식 문제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을 통해 김정은 시대 인민생활상의 단면을 포착함으로써 체제와 인민의 욕망이 길항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사회주의 체제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계급 문제에 대한 소설의 교훈을 통하여 기존 사회주의대가정 담론에서 벗어나 사회주의문명국으로 나아가려는 체제의 욕망을 유추하였다. 또한 김정은 시대 문학예술의 새로운 모범으로 평가되는 장편소설로써 리희찬의 작품이 갖는 의미에 주목한다. 북쪽의 문학예술은 단순히 선전문학, 당문학에 그친다는 편견과 달리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는 독특한 면모를 보여준다. 인물 묘사가 평면적이던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입체적인 감정 표현이 나타나며, 부정적인 현실에 대하여 은폐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술하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끝으로 리희찬의 소설을 ‘북한문학’이 아닌 ‘조선문학예술’로 읽고자 한다. 이는 징후적 독해를 통하여 소설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리희찬이 묘사하는 인민의 생활상과 더불어 소설에서 나타나는 갈등 양상을 편견 없이 보기 위한 까닭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