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나눔 아카이브 8000만

전체메뉴

학술

  • HOME
  • 논문
  • 학술

해방기 북한(이북) 소설과 토지개혁 -‘민족’과 지주 형상을 중심으로

North Korean Fiction and Land Reform in the Liberation Period : Focusing on the “nation” and the figure of the landlord

상세내역
저자 최강미
소속 및 직함 북한대학원대학교
발행기관 상허학회
학술지 상허학보
권호사항 65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325-362
발행 시기 2022년
키워드 #토지개혁   #해방기   #북한소설   #농민소설   #민족   #국가   #서사세계   #도덕   #지주   #농민   #『정로』   #『농토』   #『십릿벌』   #「새로운 맥박」   #「소낙비」   #「전변」   #「선화리」   #최강미
원문보기
상세내역
초록
민족은 민족국가 형태로 구획된 근대의 세계에서 단위 국가 구성원에 대한 명명으로 사후적으로 조직되지만 원형적인 아우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정치적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국가 없이 근대 세계를 맞이한 한반도에서 해방은 식민지기 내내 정신적 차원에 머물러 있던 민족의 개념이 국가 건설을 매개로 구체적인 실체를 갖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해방기 남북한 소설에 형상화된 해방의 국면에는 저마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맞춰 간직해 왔던 민족 개념의 심정적 일체감이 일시적인 초계급적 환희 이후 사적 이익의 향방에 따라 균열되며 충돌하는 순간들이 포착되어 있다. 이북 소설에서 토지개혁은 농민들의 사적 이익을 충족시킴으로써 이 상황을 봉합하고 일정한 방향에 따라 국가 건설을 진행하는 계기로서 등장한다. 이것은 곧 건설될 새 국가의 구성원을 지정하는 것으로서 서사가 조성하는 세계 형상은 이북에서 민족의 실체가 형성되는 경로와 그 실체에 대한 이상(理想)을 보여 준다. 이런 맥락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지주급 인물들은 그 경로와 실체를 더듬어볼 수 있는 유용한 매개이다. 공적인 대중 교양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소설에서 지주 유형의 인물들은 당시의 현장보도기사가 지주 관련 미담을 적잖이 소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덕지주로만 성격을 단일화하고 있으며 서사적 비중도 대개 미미하다. 선택적 현실 반영의 이러한 형태는 사건에 대한 현장성이 아닌 극히 사후적인 방식으로 이상 세계를 제시하고자 하는 북한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연결된다. 이러한 맥락들 속에서 토지개혁을 다룬 해방기 이북의 소설들이 구현하고 있는 세계는 지주들의 추방과 자소작농의 고립 등으로써 인간적 주종관계가 완전히 제거되고 자경 농민들만으로 단일화된 평등하고 근면한 공간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은 농민 교양의 목적 달성에 대한 성급함으로 계급 갈등을 근본적인 탐색이 아닌 단순한 선악 대비의 도덕적 문제로 통속화했다. 이에 따라 계급 간의 공생 문제는 해결의 전망을 찾지 못한 채 배제나 회피 같은 부실한 토대 위에 실현된다. 따라서 해방기 이북 소설에서 민족은 폐쇄적으로 동질화된 구성원들로써 실체를 갖추어 나간다. 또한 이들은 화해를 통한 문제해결의 전망을 갖기보다 해당 세계의 신속한 정화를 위해 배제되어 주변에 보류되어 있는 위험들에 빨려들어가 타락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긴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북한 문단 초기의 이러한 세계 형상이 이후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어 나가는지는 서사 구도의 정점으로 등장한 김일성에 대한 의미화 탐색과 함께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