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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기 북한 토지개혁 소설의 욕망과 농민해방 - 토지개혁 초기 소설들에 기입된 서사적 공백을 중심으로

The Desire of the North Korean Land Reform and the Peasant Liberation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 Based on the narrative gaps written in the early novels of the land re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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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세화
소속 및 직함 동국대학교
발행기관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학술지 한국문예비평연구
권호사항 (74)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95-248
발행 시기 2022년
키워드 #토지개혁   #농민해방   #소유권   #식민지 자본주의   #도덕경제   #경제적 주체   #서사적 공백   #이기영   #「개벽」   #이태준   #「농토」   #최명익   #「맥령」   #「공둥풀」   #윤세중   #「안골동네」   #「선화리」   #『농민소설집』   #임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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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북한 토지개혁 초창기(3년 이내)에 발표된 소설들에 나타난 인간 형상과 ‘농민해방’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출발을 공식화하고 분단의 문학적 분기점이 된 토지개혁이라는 사건은 ‘해방’의 의미를 가늠하고 재규정하는 기제로 작동하였다. 공식적 창작방침이 정형화되어가던 시기에 발표된 일련의 작품들은 단순히 이념을 옮겨 재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토지개혁 배면의 욕망과 갈등, 그에 대한 문학자들의 난망이 기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식민지 자본주의’의 관성과 영향력은 해방 이후까지도 공고하게 남아 공동체의 도덕경제와 가치체계를 기형화하고 있었다. 토지개혁의 근본적 목표였던 ‘반봉건’과 ‘반제국주의’는 이러한 구조로부터 벗어난 탈식민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당대적 욕망이 담긴 구호였고, 그것이 실현되어야만 ‘해방’은 비로소 완수되는 것이라고 설파되었다. 그러나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하여 “토지를 밭갈이하는 농민에게로” 돌려주려 했던 토지개혁 과정에서 ‘소유권’에 대한 관념의 충돌은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는 기제가 되었다. 동양척식회사로 대표되는 일제 통치에 의해 공고해진 토지에 대한 ‘소유권’ 개념과 그 권리 행사는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관념으로서 쉽사리 타협되거나 폐기될 수 없었다. 이러한 갈등에 대한 문학의 응전은 서사에 고스란히 그 요철을 남기고 있다. 한편 해방조선에서 ‘조선문학’의 역할과 방향성을 고민했던 북한의 문학자들이 북조선문학예술가동맹(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을 설립하고 공식적 창작방침을 수행했던 것은 ‘민족문학’으로서의 ‘조선문학’의 위상을 재구축하려는 시도였다. 또한 토지개혁의 이상이 실현되지 못한 현실과의 간극을 서사적 상상력으로 채우는 작업은 극단적인 기아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농민봉기(1946년 10월 항쟁)와 토지방매가 만연했던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인시키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문학자들은 ‘농민문학’의 규범을 세우고, 토지개혁의 이상적인 결과와 농민들에게 귀감이 될 긍정적 인물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 서사의 정합성을 해치고 대중독자의 관념에서 매끄럽게 수용될 수 없는 ‘현실’의 인물들은 소설의 중심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결국 서사적 공백으로 기입된 ‘반이상적 인물’들은 토지개혁으로 인해 땅을 빼앗기거나 억울함을 느낀 현실세계에서의 욕망의 주체들이었고, 사유재산권을 부정당하고 ‘공산주의’에 치를 떨며 북한을 떠났던 월남인의 전신이었다. 이처럼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부각되던 정형화된 지점들과 공백으로 남은 지점들은 냉전 구도 속에서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담론화되지 않았던 토지개혁의 배면과 욕망을 고스란히 담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