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는 ‘사실’을 전달하는 비재현 문학으로 정의되지만 최근 글로벌 출판 산업 및 대중문화와 연계되면서 그 성격과 효과의 변화가 포착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 TED와 같은 글로벌 대중 강연 산업의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수기 발화자의 경험이나 서사는 다변화되었으며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확장되었다. 그중에서도 ‘먼 타자’로 명명되는 피해자의 고난 극복 서사가 수기의 형식으로 소개되면서 서구의 독자들은 발화자의 고통에 윤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타자의 현실에 접근하는 경험을 제공받는다. 본 연구는 서구 출판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피해자의 수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것의 서사적 특징은 무엇인지를 탈북 여성의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대표적인 해외 출판 탈북 여성 수기 두 편을 분석하고, 저자 중 한 명인 이현서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강연 산업과 출판 시장이 어떤 식으로 결합되어 작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수기의 장르적 효과와 수기 속 내재된 식민적 시선과 젠더화된 서사 양식을 분석한다. 탈북 여성은 자신의 경험과 자원을 활용하여 서구 출판 시장의 요구에 조응하면서도 수동적 피해자의 위치를 넘어서는 탈식민적 행위주체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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