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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공조-남·북한 양쪽에서 금서가 된 『북조선왕조성립비사:김일성정전』 (1982)의 드라마-

Hostile cooperation : The Drama of The Founding of a Dynasty in North Korea -An Authentic Biography of Kim Il-Sung(1982) Forbidden in Both South and North Kor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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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종현
소속 및 직함 인하대학교
발행기관 한국학연구소
학술지 한국학연구
권호사항 (66)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369-406
발행 시기 2022년
키워드 #『北朝鮮王朝成立秘史:金日成正傳』   #임은(허웅배   #허진)   #自由社   #이시하라호키(石原萠記)   #문화적 냉전   #검열   #금서와 해금   #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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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연구는 남북한 양쪽에서 금지된 어떤 책의 출판 과정과 그 극적인 운명을 추적한 것이다. 1982년 4월 일본의 지유샤(自由社)에서 임은(林隱)의 『北朝鮮王朝成立祕史:金日成 正傳』 이 출판되었다. 저자 임은은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활용하며 김일성의 과장된 항일 경력과 한국전쟁의 이면, 김일성의 숙청 정치, 주체사상의 반마르크스주의적 성격 등에 대해서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일성 일인숭배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면서도 저자는 김일성 가짜설을논박하며 그의 항일 유격대 활동 자체는 사실로 인정했다. 지유샤에서 일본어와 영어로 출간된 이 저술은 곧바로 도쿄주재특파원들의 발췌 번역으로 『경향신문』 과 『조선일보』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소개된 부분은 김일성에 대한 격렬한 비판 부분에 국한되었다. 저널리즘에 소개되는 동시에 이 책은 1982년 4월 한국양서사에서 한글로 완역․출판되었지만 곧바로 금서가 되었다. 신문사의 발췌 번역에서는 걸러진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저자의 관점과 김일성의 항일 경력을 인정하는 서술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론된다. 이후 내내 금서로 묶여 있다가 1989년 옥촌문화사에서 다시 출판되었다. 이 책의 저자 임은은 소련에 망명한 북한유학생 허웅배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의병장 허위의 손자로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고, 한국전쟁 때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소련 영화대학에유학하다 김일성 숭배를 비판하며 동료 유학생들과 소련에 망명했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이 저작의 필자인 임은은 허웅배 1인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소련에 망명한 연안파 정치인인 주소련대사 이상조, 북한정권 초기 문화선전성 부상을 역임한 고려인 정상진 등의 구술과망명유학생 허진, 이진 등 재소련망명자들을 아우르는 집단의 필명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지유샤판과 한국에서의 각 판본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한국양서사에서는 검열을 의식한 탓인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관점이 두드러진 종장이 생략되어 번역되었으나 옥촌문화사는 이 부분까지 완역되었다. 또한, 한국양서사에서는 일본어 판본에 있던 사진을 완전 삭제했는데 옥촌문화사 판본에는 이 사진들이 모두 실려 있다. 이것은 검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임은의 원고는 스페인을 거쳐 지유샤 사장 이시하라 호키(石原萠記)에게 전달된 것으로알려져 있다. 이시하라 호키는 세계문화자유회의의 일본지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일본지부의 기관지인 『자유』 지를 창간한 인물이다. 『사상계』지식인들과도 교류가 있었으며, 1970년대에는 일본과 소련의 교류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했다. 이 원고가 일본에 전달되어출판되고 다시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는 과정에는 반북 망명자 그룹-문화적 냉전기구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연루되어 있었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냉전의 경계를 넘나들며 출판된 이 책이 겪은 드라마는 남북한 정부가 상호적대적이었지만 적어도 한반도의 역사적 사회주의에 대한 기억과 그것을 증언하는 목소리를금지시키는 데 있어서는 공조의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