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탈북 여성 작가들의 소설에 나타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탈북 작가 김정애와 설송아의 소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김정애와 설송아의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가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북한 체제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 진행된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장기화된 미공급 사태 속에서 북한 체제 내부의 다양한 문제들은 일상의 차원에서 생존의 문제로 가시화된다. 특히 그 과정에서 가족 내 여성 인물들의 위치에서 접하는 고난은 결코 작지 않은 것이었다. 이때 가족 관계와 구조에 대해 두 작가는 죄의식의 문제와 관련한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구체적으로는 여성 인물들을 통해 서로 다른 대응 양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김정애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북한 체제 내부의 가부장적 문제들을 고찰하며 결국 탈북을 선택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러나 탈북 이후 한국에서 다른 체제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내면화된 죄의식으로 인해 기존의 권위적 가족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인물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머니이자 노동자로서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의 윤리는 김정애 소설의 여성 주인공들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동시에 그러한 어머니의 희생에 기댄 왜곡된 가족 구조는 불안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양가적 속성을 지닌 것이다. 설송아는 장마당 경제의 확대 속에서 변화하는 북한 사회의 현실에 대응해가는 여성 인물과 가족 권력의 변모 양상에 대해 주목한다. 설송아의 소설에서는 자본의 영향력이 유발하는 체제 내부의 균열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북한 사회의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적응해가는 방향성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설송아 소설의 인물들은 미공급의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죄의식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자기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최선의 가치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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