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 북한의 대표 단편소설 중 변희근의 「빛나는 전망」, 김만선의 「태봉령감」, 이근영의 「그들은 굴하지 않았다」, 황건의 「도래굽 이」 등 네 작품을 선정하여 인물 형상화의 서사적 개연성을 중심으로 북한문학 의 리얼리티를 해명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작품들은 1950년대 동시대에는 작품 에 대한 입체적 평가가 진행되는 텍스트들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의 세 작품은 문학사에 기입되면서부터 부정성은 축소되고 긍정적인 측면만이 부각되면서 당 대적 문예의 전형으로 호명된다. 반면에 황건의 작품은 문학사에서 배제되면서 언급 자체가 사라진다. 이러한 문학사적 선택과 배제의 의미를 검토함으로써 1950년대 북한문학의 도식주의적 경향을 비판적으로 독해할 수 있었다. 변희근의 「빛나는 전망」은 부부인 혜숙과 윤호의 캐릭터가 시대적 전형성과 인물의 입체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리근영의 「그들은 굴하지 않았다」 는 만술과 아내의 대화 등에서 드러나듯 실감 나는 대화적 진술의 형상화에서 작품의 서사적 미학이 포착된다. 김만선의 「태봉 령감」은 부정적 인물인 태봉 영감이 자신의 사적 욕망을 숨기지 않으려는 행태를 적극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인물의 생동감을 보여준다. 황건의 「도래굽이」는 정옥이가 ‘우정과 사랑 사이’에 서 심리적으로 갈등하면서 전쟁통에 실명(失明)한 명훈이에 대한 연애 감정을 고뇌하는 대목에서 서사적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 북한의 대표 단편소설들은 다양한 논자들의 입체적 평가가 진행되면서 사회주의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당문학이 표방하는 단일적 지 향의 도그마로부터 벗어나 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전후 복구 건설 시기에 당 면한 사회주의 건설 과업에 대한 목적의식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세 계를 둘러싼 현실을 마주하며 입체적인 내면 풍경을 소유한 존재들로 형상화되 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캐릭터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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