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연구 목적은 우리 서사문학사 벽두를 차지하는 『수이전』의 지은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남북 학계에서 논의된 지은이 논쟁을 비교 검토하고, 지은이에 대한 제3의 시각으로 김척명의 실체에 대해 접근해 보고자 한다. 『수이전』 지은이에 대해 남한 학계에서는 『신라수이전』의 지은이는 최치원으로 인정하고, 고려의 『수이전』은 박인량이 편찬하였는데, 김척명이 일부 작품을 개작하였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북한의 학계에서는 『신라수이전』 가운데 <쌍녀분(두 녀자의 무덤)>에 대해서만 지은이를 최치원으로 규정하고, 박인량이 『신라수이전』을 개작 증보하면서 많은 작품들은 새롭게 창작해 편찬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북한 학계에서는 김척명에 대해서는 문학사 한 편에서만 언급하였고, 이후의 서술에서는 다수의 작가들이 『수이전』 개작에 참여하였다 하면서 김척명을 서술에서 배제하는 입장이다. 남북 학계의 『수이전』 지은이에 대한 논의는 문헌 기록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도출한 결과들이다. 그럼에도 북한 학계에서는 『삼국유사』에 언급된 김척명을 지은이에서 배제하고 ‘다수의 작가’로 범주화하는 이유는 기록 문헌을 서로 비교하는 가운데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구심을 새롭게 구명하고자 중국 송대 주휘의 『청파잡지』에 수록된 루인량의 기사 가운데, 그의 자가 척명이라는 데 착안하여 박인량=김척명일 수 있다는 제3의 시각을 제시해 보았다. 이 추론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청파잡지』가 『삼국유사』 편찬 전에 고려에 유입된 사실과 일연이 이를 접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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