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이산가족 연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미수복지역 ‘월남자 가족’의 삶을 다루었다. 구체적으로 이 가족이 남북 양쪽에서 경험한 해방과 전쟁 그리고 탈북 이후의 삶을 포괄적으로 조명하였다. 조 할머니 생애에 착종된 75여 년 분단의 상흔과 구조적 요인을 분석하였으며 ‘분단 가족’이 재생산되는 메커니즘, 즉 개인 삶과 가족관계에 작용하는 분단 권력의 은폐된 힘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조 할머니 가족은 6·25전쟁 당시 인민군/국군에 번갈아 부역한 아버지의 월남으로 북에서는 ‘월남자 가족’이라는 성분의 굴레를 쓰고 억압된 삶을 살아야 했다. 조 할머니는 셋째 딸의 탈북을 계기로 가까스로 남한에 정착하였고 55년 만에 아버지와 재회하여 장녀의 호적을 얻었다. 하지만 조 할머니에게 재산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이복형제들의 방해로 인해서 아버지와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셋째 딸 부부는 중혼의 문제가 있으며 맏아들과 두 명의 딸은 여전히 북한에 남아있다. 이처럼 조 할머니와 그의 가족은 북에서는 ‘월남자 가족’, 남에서는 ‘탈북자’와 ‘인정받지 못한 가족’으로 즉 한반도에서 ‘이중의 경계인’ 삶을 살았다. 본 연구는 분단이 남북 간 정치적 문제만이 아니며 남북 양측에서 자행되는 배제와 폭력의 양상을 띠고 가장 원초적인 사회적 관계인 가족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담았다. 본 연구에서는 ‘분단 가족’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 조 할머니 생애사 분석을 통해 논증하고자 하였다. ‘분단 가족’ 개념을 이론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앞으로의 연구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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