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새계적 냉전연구의 흐름 속에서 2010년 이후 한국문학 발(發) 냉전문화 연구의 경향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고 그 독특한 특징을 기술하는 가운데 향후 과제의 방향을 전망해 보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글로벌 차원의 냉전이 종식된 이래, 서구 학계에서 냉전연구는 냉전사 연구로 전환되었다. 기존의 냉전연구와 달리, 냉전사 연구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첫째 미국과 소련의 양대 강국 중심에서 제3세계를 주인공으로 기술하는 지역적 전환(global turn)이 이루어졌다. 들째, 국가 간 외교·군사 정책을 넘어서서 다양한 행위 주체들의 실천에 주목하는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 역시 함께 진행되었다. 이 글은 한국의 경우 제3세계 분단국가로서 세계적 냉전사 연구의 흐름을 일정 부분 선취한 측면이 있지만, 문화연구와 냉전 아젠다와의 결합만큼은 세계 냉전사의 흐름과 10년 가량의 기묘한 시차가 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시차는 1990년대 후반 이래 한국문학계의 주된 동력이었던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의 성격에 기인한 바가 컸는데, 한국에 도입된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의 특징은 해방 이후보다는 주로 식민지 시기의 상징적 유산의 연속성에 대해 보다 집중했으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국민국가 비판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는 것이었다. 2000년대 후반 뒤늦게 시동이 걸린 한국문학 발 냉전문화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경향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첫째, 일본 제국의 붕괴와 냉전/열전으로 인한 이동, 즉 탈식민 디아스포라에 관한 연구 둘째, ‘문화적 전환’의 한 속성이기도 한 지식·학술과 결합한 역사주의적이고 맥락주의적인 냉전문화 연구, 셋째, 통치성 및 대중문화와 결합한 새로운 경향의 냉전문화 연구가 그것이다. 한국의 ‘탈식민’ 시기가 정확히 폭력적인 국민국가 형성기와 맞물려 있었던 까닭에, 국민국가 비판을 동력으로 한 그동안의 냉전문화 연구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관점에서는 탈분단 혹은 통일에 관한 상상이 고무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신냉전이 본격화되려는 이즈음, 평화적 남북관계의 제도화는 실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며, 분단이라는 오랜 현상유지를 넘어서는 정치적이고도 ‘실존적인’ 상상력이 향후 냉전문화 연구에 긴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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