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이기영의 월북 이후 작품들 중 단편소설 「개벽」, 중편소설「형관」, 장편소설 「땅」, 대하소설「두만강」등을 대상으로 한반도적인 시각에서 통합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진행해보았다. 1920년대 이래로 일제 강점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농민문학의 기수로서 대표적인 리얼리스트로 평가받고, 해방과 분단 이후 ‘북한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그의작품세계를 점검함으로써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단초로서의 ‘한반도 통합문학’의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해방기의 두 작품인 「개벽」 과 「형관」 에서는 당대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인물들을 마주할수 있었다. 먼저 「개벽」은 불안한 지주 황주사와 소심한 소작농 원첨지 등을 비롯하여 인물들의 개성적 성격을 입체적으로 포착하면서 해방기 북한 사회의 풍경을 현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형관」 역시 해방 직전의 농촌을 배경으로 강제 징용을 둘러싼 일제와 농민들의 갈등을 그리면서, 농민 김부득과 허달삼을 중심으로 사상범 전력이 있는 문사 박철 등의 일화를 통해 일제 말기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는 텍스트에 해당한다. 반면에「땅」 과 「두만강」은 ‘토지개혁’과 ‘한국전쟁’, ‘민족해방운동’ 등의 주제에 대한 목적성이 과잉되어 서사적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에 해당한다. 물론 「땅」에서 주인공 곽바위에 대한 ‘순이 어머니’의 이중적 시선이 드러나는 대목 등에서는 입체적 형상화가 이루어지지만, ‘위대한 수령 김일성’에 대해 흠모와 감격을 금하지 못하는 곽바위의 생각과 마음을 묘사하는 대목은 ‘수령형상문학’의 전조로서 평면적 인물의 도식주의적 형상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분에 해당한다. 「두만강」에서도 곰손이가 씨동이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대목 등은 글공부의 중요성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내용으로 당대 리얼리티가 살아나는 서사적 미덕에 해당하지만, 김일성 부대의 ‘항일 유격대원’으로서의 자부심에 넘치는 씨동이의 내면을 요약 기술한 대목 등은 인물의 입체성이 거세되어 평면화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기영의 문학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한반도적 통합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텍스트에 해당한다. 월북 이후 해방기의 텍스트는 일제 강점기에 대표적인 리얼리스트로서의 감각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문학의 필요성을 제공해주는 텍스트라고 판단된다. 반면에 분단 고착화 이후 발표된「땅」 과 「두만강」의 경우 당문학적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서사성의 약화와 함께 인물의 입체성이 평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문학의 가능성’을 회의(懷疑)하게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영의 텍스트가 북한문학의 실체이자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 서사적 리얼리티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다. ‘해방 이전의 이기영’과 함께 ‘분단 이후의 리기영’은 리얼리즘적 관점에서 한반도 통합문학의 외연을 넓힐 필요를 제기하는 입체적 텍스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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