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시장의 팽창과 김정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공존하는 가운데 과연 시장을 통한 북한사회의 변화는 가능한지, 만약 변화가 가능하다면 변화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200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팽창하고 있는 북한 시장은 북한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는가? 북한 시장의 발전 경로는 어디로 향해 있으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연구 질문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 연구는 Acemoglu와 Robinson의 ‘포용적 정치제도의 형성’을 개념화 한 모형을 활용, 역사적 제도주의의 경로의존성과 중대한 전환점의 개념을 북한 시장에 적용했다. 연구방법으로는 단일사례를 통해 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방법인 과정추적법(process tracing)의 원리를 부분적으로 활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북한 시장은 정부에 의한 시장 확산과 통제의 경로 생성기(2002년~2008년), 북한 시장 경로 분기의 중대한 전환점(2009년~2012년), 시장통제와 활용의 고착기(2013년 이후)로 그 시기를 구분할 수 있었다. 세 시기는 다음의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시기에서 생산수단의 국가소유와 시장억제조치들로 인한 ‘통제 가능한 시장의 확산과 발전 경로’가 관찰되었다. 이어서 두 번째 시기에서는 국가에 의한 사유 재산권의 침해 및 시민사회 맹아가 제거되면서 시장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 경로로 회귀’하게 되었다. 마지막 시기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실행 등 ‘정부의 시장을 활용한 체제유지’라는 특징이 관찰되었다. 결국 북한에서 시장 활성화의 주된 행위자는 김정은과 정부이기 때문에, 북한이 시장을 통해 개혁 및 개방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로를 고려할 때, 김정은과 북한 정부가 독재체제를 포기하면서 시장을 개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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