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의천의 사상에 관한 북한의 선행연구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남북한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의천의 사상을 비롯한 한국불교사 연구를 발전시킬 가능성에 대해 탐색해 보았다. 북한의 선행연구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불교사상 자체를 신비주의적 관념론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유물론적 관점에서 의천의 불교사상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북한 연구자들과의 학문적 이질성은 당장 극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북한의 선행연구에서 의천이 교장도감을 설치하여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을 간행한 업적을 재평가하는 변화를 통해 남북한 공동연구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의천의 『신편제종교장총록』과 같이 남북한이 이질감 없이 공유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문화유산을 발굴하여 그 속에 담긴 정신문화의 가치를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탐색해 보았다. 한편, 북한의 선행연구에서는 유물론적 사회개혁이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한국철학사를 철학사상과 사회정치사상이라는 두 가지 틀에서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의천은 유교의 경세론을 수용하여 화폐개혁을 주장하고 승과제도를 개혁한 실천적 사회정치사상가다. 그런데 북한의 선행연구에서는 한국철학사를 서술하면서 의천의 사회정치사상은 언급하지 않고, 의천을 왕실 귀족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일생을 바친 사상가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의천의 사회정치사상과 같이 북한의 연구자들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한국불교사상가들의 사회정치사상을 개발하여 남북한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탐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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