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어에서 비어두 ‘ㄹ’의 철자식 발음 정책은 어두에 비하여 늦게 본격화되었다. 「조선어 철자법」(1954) 제6항에서 ‘ㄹ’은 ‘어느 위치에서나’ 표기한 대로 발음한다고 하였으나, 『조선말사전』(1962)에서 [ㄴ] 발음을 채택하듯이 비어두의 [ㄹ] 발음은 규범으로서의 지위가 약했다. 즉 60년대 초반까지는 ‘원칙’과 ‘실제’가 모순되는 상황으로 소극적 정책의 시기였다. 「표준발음법」(1966)부터는 비어두에서의 철자식 발음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다만 이는 현실음의 반영이 아니라 인위적 정책에 따른 것인데 1966년의 문화어 성립이 그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정책적 맥락은 이후 70년대의 문화어 발음의 이론화를 거쳐 『현대조선말사전』(1981. 2판)부터 『조선말대사전』(1992, 2007, 2017)에 이르기까지 철자식 발음이 일관되게 유지, 강화되는 데서도 확인된다. 이 비어두의 철자식 발음 [ㄹ]은 「문화어발음법」(2010)에서 [ㄴ] 발음으로 회귀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오늘날 두 발음 간 경쟁 및 공존 상태로 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표기에 맞추어 발음을 교정한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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