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기술사회사·ANT적 시각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주민의 용변 생활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은 평등이 아닌 차등, 주민 입장보다 공급자 편의를 지향하도록 설계되었다. 때문에 전력, 배급제, 상수도 등 유관 인프라가 마비되자 주민-화장실 연결망은 대대적으로 재편, 확장, 분화되었다. 둘째, 수세식 화장실에서는 ‘물’, 재래식 공동 화장실에서는 ‘규칙’이 번역 능력을 대폭 상실하였다. 동시에 비인간 행위자들은 주민의 감각을 통해 체화된 인지를 끌어내며 주민 사이의 갈등도 촉발시켰다. 셋째, 주민들이 비인간 행위자와 상호작용하며, 정책이 구성한 ‘근대성, 위생’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연결망은 수세식에서 재래식으로 재배치되고 뒤처리 물품에 대한 감각 역시 세밀하고 다양해졌다. 넷째, “혁명, 정치”와 같은 ‘거대한’ 층위들이 용변이라는 일상에 투영되면서, 대변과 대변이 끌어들인 비인간 행위자들은 통치성의 회복과 조각을 동시에 이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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