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1995년 이후 현 김정은 체제 때까지 세계화에 대한 북한의 인식과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화는 세계무역기구 출범을 그 시작으로 인식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1995년 기준시점으로 전개된 세계화에 관한 북한 내의 논의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1995년 이후 북한이 발행한 공간문헌을 대상으로 북한이 세계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방법론적으로 이 글은 북한의 특수성을 인지하면서 보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되, 북한의 인식과 대응을 연속성과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정리한다. 북한의 세계화 인식과 대응은 ‘미국식’ 대 ‘우리식’ 대결구도에 기반하고 있다. 세계화 인식은 급진적 맑스주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 폐쇄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는 것이 이 글에서 주장하는 요지이다. 1995 년 세계화 정점 이후 현 김정은 체제 때까지 북한은 세계화를 세계 중심부인 서구 자본주의의 신식민주의 기획으로 이해하는 점에 있어서 일관적이다. 세계화는 특정 국가, 즉 미국의 가치와 제도, 규범을 전파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헤게모니 프로 젝트이고, 본질적으로 과거 서구 제국주의와 다르지 않다. 대응차원에 있어서도, 이전 시기와 김정은 체제 시기 특이한 변화가 없다. 세계화 대응에 있어 북한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세계화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가 제공하는 이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에 내재된 폐해를 회피하는 전략적 선택도 거부한다. 북한은 세계화라는 흐름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최소한 체제안정이 확보될 때까지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공식적 시각과 결을 달리하여, 이 글은 김정은 시대 북한이 희망하는 21세기 부국강병 건설을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 가입이라는 중국 전략에 대한 동조적 모방화를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북한이 국제기구가 국가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서구 강대국들의 이익 실현을 강요하게 될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시의성이 부족하고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21세기 부국강병 건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변국들과의 정치적 합의에 따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북한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나머지 세계와의 ‘적대’를 청산하고 ‘경합’으로 진일보하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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