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김유경, 설송아, 그리고 도명학의 소설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북한의 자생적 시장화와 그에 따른 ‘시장 경쟁’의 여러 양상을 분석하였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는 생산수단을 국유화하고 모든 생산을 국가가 계획하여 주민들이 필요한 만큼 공급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시장에서의 경쟁적인 사고팔기가 없다고 말해진다. 그런데, 1990년 중반부터 북한의경제 위기는 아래로부터의 시장화를 촉발하였다. 국가의 배급이 끊어지자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장에 참가해서 생필품을 구하였으며 사적 시장은 전국으로 퍼졌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당국은 암묵적으로 시장 경제를 허용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건설을 주장하면서 2008년부터 ‘천리마운동’ 그리고 2016년부터는 ‘만리마 운동’의 깃발 하에 주민들을 대규모로 노력 동원하였다. 반면에 탈북작가들은 자신의 소설에서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시장 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논문은 김유경의 �청춘연가� (2012), 설송아의 「진옥이」(2015), 그리고 도명학의 「재수 없는 날」(2018), 「거미줄철도」(2021), 「황해도 데미지」(2022)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 간의 경쟁, 즉 장마당 상인들 간의 경쟁, 돈주 (상업 자본가)와 중간 도매상 간의 경쟁, 그리고사노동 시장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이 논문은 북한 주민들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 적응력이 필요하고, 돈주가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력과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경제적 피라미드의 하층에 가까울수록 시장 경쟁에서의 패배는 곧 생존 자체의 위기로 귀결됨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이 논문은, 이상의 소설들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시장 경쟁’을 묘사함으로써 여전히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주장하는 북한당국의 공식 담론에 도전하는 동시에, 현재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경쟁과 동원의 이중고를 폭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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